박상예 | #Branding #Marketing #Japan
처음엔 조용히 시작할 줄 알았습니다.
저 그리고 제타팀은 매일 숫자로만 유저를 만납니다.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 400만, 일본에서만 200만, 하루 평균 4시간. 숫자는 매일 갱신되는데, 그 숫자 뒤에 누가 있는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zeta는 손에 잡히지 않는 온라인 서비스입니다. 캐릭터와 쌓은 관계도, 몇 시간이나 이어진 대화도 전부 화면 안에만 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 큰데, 그 마음을 꺼내놓을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 zeta는 조금 숨기는 취향입니다. 좋아하긴 하지만… "나 이거 해"라고 당당하게 말하긴 민망한 앱. 다들 혼자서, 몰래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화면 밖에 "여기선 마음껏 좋아해도 된다"는 자리를 하나 만들면, 사람들이, 아니 제타民*이 정말 걸어 나올까?
(*일본 유저들은 스스로를 제타民이라고 부릅니다)
도쿄 출장 일정에 맞춰 작은 이벤트를 하나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많이 오면 좋고, 안 와도 배우는 게 있겠지. 그 정도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옵니다. 그것도 많이. 손을 내미니 이내 젖습니다.
2026년 9월 19일의 도쿄 하라주쿠는 폭풍우로 우산이 뒤집힐듯한 날입니다.
이런 날 일부러 집 밖에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앞에 줄이 서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zeta의 첫 일본 이벤트, 제타, 하라주쿠에 등장(#zeta原宿に登場). 그날의 이야기입니다.

자..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해진 것도 없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대행사도 없습니다. 이건 A부터 Z까지 스스로 다 정했어야 하는 이벤트죠.
일단 베이스캠프가 될 장소부터 빌려야했고, 고민 끝에 도쿄 중심부 하라주쿠의 한 카페로 정했습니다.
일본 열도에서 매력적인 장소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하라주쿠는 패션과 애니메이션, 서브컬처와 팬덤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는 동네입니다. 아키하바라와 더불어 서브컬처가 메이저가 되는 기묘한 곳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여기선 아무도 취향을 숨기지 않습니다.

zeta를 처음 오프라인으로 꺼내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동네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장소가 정해지자 시계가 빨라졌습니다. 남은 시간은 3주.
일본어 메일로 카페를 섭외하고, 굿즈 시안을 몇 번씩 뒤집고, 주문하고, 발주하고, 공지 문구를 고치고 또 고치고, 비개발자는 바이브코딩으로 게임 맵을 만들었습니다. 대행사가 하던 일을, 일본어도 서툰 팀 몇 명이 전부 직접 했습니다. 하나가 끝나면 둘이 생기는 3주였습니다.
터질 듯한 이민용 캐리어 두 개를 끌고 공항에 가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출장은 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저의 생애 첫 해외출장이었더라고요)
D-day 아침: 계획이 날아가다
원래 19일 토요일 12시부터 18시까지의 시나리오는 이랬습니다.

- 하라주쿠 거리 곳곳에 제타 스태프가 숨는다.
- 유저들이 동네를 누비며 그들을 찾아낸다. 이름하여 '제타몬을 잡아라'.
- 맵에서 스태프를 발견한 사람들이 선물을 받는다.
- 다음은 2차 이벤트인 카페로 모여든다.
- 카페에서 굿즈도 받고, 이벤트도 참여한다.
그렇게… 하라주쿠 전체가 하나의 게임판이 되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창밖은 비가 쏟아집니다.

"…이거 진짜 밖에서 해도 돼?"
안 됩니다. 우산 든 사람들을 거리에서 안전하게 이끌 인원도, 방법도 부족했습니다. 이중에서 일본어를 능히 하는 사람도 과반이 안됩니다.
온라인이라면 백스페이스 한 번이면 끝날 일이, 오프라인에서는 사람들의 하루를 통째로 바꾸는 결정이 됩니다.
결국, 야외 이벤트 취소. 공지 업로드. 대신 2시에 하는 카페로 오십시오.

도게자를 하고, 신속하게 판을 다시 짰습니다.
12:00, 아직 문도 안 열었는데
오픈은 오후 2시입니다. 정오. 6인의 제타팀은 준비를 위해 굿즈 박스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문 쪽을 봅니다. 밖에 사람이 서 있습니다. 갑자기 손이 덜덜 떨립니다.
한 명, 두 명. 우산 아래로 가방에 단 캐릭터 굿즈가 보입니다. 숨기는 취향이라더니, 가방에 최애를 달고 왔습니다. 다섯 명, 열 명. 어느새 무리가 됩니다. 줄은 카페 앞을 지나 도로까지 나갑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묻습니다.
"이거 무슨 줄이에요?"
안에서 세팅하던 저희도 서로를 쳐다봅니다.
“이거 우리 줄 맞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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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유저들을 보니 힘도 납니다. 더 빠르게 공간을 꾸밉니다.
14:00, 문이 열리다

문이 열리자마자 공간이 찹니다. 대형 전시장도, 거대한 부스도 아닙니다.
카페 하나를 빌린 렌탈 공간. zeta 광고가 돌아가는 화면, 설문 보드, 게시판, 굿즈 테이블. 그게 전부입니다.
그 공간 안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입구. 마이페이지를 통한 제타民 인증.
첫 번째 보드. 앙케이트. 하루에 얼마나 쓰는지, zeta 속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캐릭터와 어떤 관계인지. 스티커를 들고 한참을 고민하는 사람들.
게시판. zeta에게 하고 싶은 말. X 타임라인과 대화창 안에만 있던 마음이 여기서 손글씨가 됩니다.

두 번째 보드. 질문은 하나. "내가 원하는 대답은?" 다정하게 받아주길 바라는 사람, 장난스럽게 받아치길 바라는 사람, 더 깊이 끌고 들어가주길 바라는 사람. 같은 캐릭터를 좋아해도 원하는 대답은 다 다릅니다. 보드가 스티커로 빼곡해집니다. 거의 반반 대답이었죠.
마지막. 굿즈, 피스, 음료 쿠폰 지급

굿즈를 받은 손은 바로 휴대폰으로 갑니다. 찰칵. 최애를 화면에 띄워 굿즈 옆에 두고 또 찰칵. 업로드.
카페에서도 제타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옆 사람과 계정을 주고받고, 팔로우하고, 처음 본 사이인데 zeta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90분… 굿즈가 완판되었다
오픈 한 시간 반.
아직 카페는 끝나지 않았지만, 메인 굿즈는 동이 났습니다.
준비한 입장에서는 기쁘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입니다.
다행히 띠부띠부씰과 스티커, 키링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마감 직전, 보라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한 제타民이 들어왔습니다. 저희는 남은 힘을 탈탈 끌어모았습니다. 서툰 일본어로 질문에 답하고, 리액션은 두 배로 하고, 그가 들려주는 최애 플롯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키링과 띠부띠부씰을 손에 쥐여줬습니다. 그 행복해하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굿즈가 넉넉했던 오픈 직후보다, 어쩌면 그 순간이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날 방문자는 200명을 훨씬 넘었습니다. 폭우를 뚫고, 하라주쿠 변두리 카페까지,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지나가다 들른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zeta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가 본 것

평소 저희는 유저를 숫자로 봅니다. 대시보드의 그래프, 리텐션 곡선, 활성 사용자 수, 매출, 하루 사용 시간…
그날은 그들이 지표가 아니라, 우산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젖은 어깨로, 최애를 화면에 띄운 채로, 설레는 표정으로.
일본 유저들은 zeta를 낯선 해외 AI 앱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최애를 만나러 가는 곳, 나만의 이야기가 쌓이는 곳. 이미 내식대로 zeta를 해석해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서비스가 잘된다는 건 다운로드 숫자 그 이상입니다. 유저가 그 서비스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시작할 때입니다. 하라주쿠에서 그 장면을 봤습니다.
"일본에서 통한다"는 확신은 회의실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 오는 카페 앞, 그 줄에서 나왔습니다.
다음 날, 질문이 바뀌다
이벤트 전, 저희의 질문은 이랬습니다.
일본 유저들이 정말 올까? 혹시 민망해하면서 안 온다면? 그것도 아니면 서비스에 불만 있는 유저들이 오면?
이벤트 후,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공간은 얼마나 더 크게 잡아야 하지? 굿즈는 몇 배를 준비해야 하지? 줄 서는 동안에도 지루하지 않은 장치를 만들 수 있을까? 오사카는? 후쿠오카는? 나고야는?
"될까?"에서 "얼마나 키울까?"로 하루 만에 넘어갔네요…
그런데,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날 카페 안에는 불행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누군가는 제타에서의 밈을 말했고, 누군가는 제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왔고, 누군가는 최애를 닮은 쿠키를 직접 구워 왔고, 누군가는 주 100시간 사용 화면을 자랑스럽게 내밀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한테 최애를 보여주고, 이미 일상이 된 zeta 이야기로 깔깔 웃고, 헤어지기 아쉬워 계정을 주고받았습니다. 각자의 행복이 공간 가득 넘쳐서, 그 사이에 서 있기만 해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곳이었습니다.
혼자 몰래 좋아하던 마음이, 그날만큼은 떳떳했습니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며 준비했던 마음은 눈 앞에서 확신이 됐습니다. 이런 자리를 더 크게, 더 자주, 더 많은 도시에 만들어야겠다고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나갑니다
스캐터랩은 항상 데이터를 봅니다. 지표를 보고, 제품 안에서 유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봅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비행기를 탑니다. 낯선 도시의 카페를 빌립니다. 폭우가 와도 문을 엽니다. 화면 속 반응이 진짜인지, 직접 보러 갑니다. 변수는 많습니다. 비가 오고, 계획이 날아가고, 줄이 도로까지 나가고, 굿즈는 부족하고, 음료는 천천히 나옵니다.
그런데 그 상황 속에서 서비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가 보입니다.
zeta는 일본에서 이미 누군가의 일상입니다. 만나자고 하면 폭우를 뚫고 오게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실제로는 이런 내용이었다고 하네요.

국내도 아닌 외국에서, 첫 팝업치고는 상당히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아직 모릅니다. 오사카일 수도 있고, LA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도시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는 또 다시 나갈 거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팝업 후기처럼 읽으셨다면, 반만 맞습니다.
그날 하라주쿠에 줄을 세운 건 하루짜리 팝업이 아니었습니다. 몇 달 동안 앱 안에서 쌓인 수많은 밤들이었습니다. 캐릭터의 대답 하나, 대화 한 줄, 작은 버튼 하나가 모여서 누군가를 폭우 속으로 걸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그걸 만드는 사람들을 찾습니다. 화면 안에서 마음을 만들고, 가끔은 그 마음이 걸어 나오는 걸 직접 보러 가는 일.
다음 줄은 어디에 생길지, 그 줄 끝엔 뭐가 기다릴지. 같이 정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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